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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Asia!/2010_3_돗토리_요나고

[여행기]돗토리현 홀로걷기 1장_출발!! 서울에서 돗토리로




드디어 출발이다..인천 공항으로~

비행기는 인천 공항에서 8시 10분 출발이었다. 다행히 여행 전날치고는 꽤 일찍 잠이 들어서 5시에 기상하여 아침 첫 리무진을 노렸다. 올해는 3월 중순인데도 유난히 추운 날씨가 계속되어 따땃하게 겨울 코트를 꺼내입었더니 새벽 바람이 많이 춥진 않았다. 건대 사거리에 위치한 리무진 정류장까지 요란하게 여행가방을 끌고 도착하니 다행히 첫차 도착 5분전이었다. 새벽이라는 시간이 무색하게 거리는 지나다니는 차들로 생각보다 꽤나 시끌벅적 했다.

리무진은 원래 잘 늦지 않는데 예정시간보다 늦어져서 약 10분 정도 사람이 많겠구나 했는데 역시나 차는 꽉 차 있었다. 맨 뒷 칸 두자리 남는 곳이 있어 손짐과 함께 몸을 싣고 꿈꾸듯 아련한 새벽의 서울을 달려 공항으로..공항으로..



아시아나 라운지에서의 아침식사~ 냠냠

이번 여행에서 유난히 서둘러 첫차를 탄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저가항공인지라 비행기에서 아침을 줄 리는 만무했기에 (그리고 첫날부터 하루 종일 걸을 일이 많았기에) 받아만 놓고 게시하지 못한 PP 카드를 써서 공항 라운지에서 아침을 해결할 작정이었다. 지난 번 김포에서 경험한 바로, 김밥이나 라면에서 간단한 요기거리까지 있으니..후후후!

공항에 도착, 체크인을 완료하고 보니 게이트가 탑승동에 있었다. 젠장!! 서둘러 수속을 마치고 셔틀트레인을 타고 탑승동으로 이동, 나오니 바로 앞에 라운지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위층으로 올라가니 여러 라운지가 있었다. 해외 항공사 라운지를 갈까도 했지만, 시간은 이미 탑승시간까지 30분 정도 밖에 여유가 없어 가장 가까운 아시아나 라운지로 직행했다. PP카드 제시 후 들어간 라운지에는 약 4~5명의 사람만 있을 뿐 상당히 넓은 공간이 고즈넉하니 잠시 식사와 휴식을 취하기에 훌륭했다. 컨셉은 고급 클럽 하우스같은 분위기??

원래는 여유있게 사진도 찍고 쉴 계획이었지만, 남은 시간이 촉박해 서둘러 아침을 향해 달렸다. 그런데 탑승동 아시아나 라운지 식사는 살짝 실망이었다. 이른 시간이라 샐러드와 빵 종류 밖에 없었고, 약 15분 후 간단한 미국식 조식이 준비되었지만, 이 역시 베이컨과 소시지판의 기름진 아침이었다. 아침부터 베이컨 같은걸 씹고 싶진 않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어 고픈 배속으로 우겨 넣었다.





처음 타본 이스타 항공과 늦은 출발

그렇게 허겁지겁 약 20분의 식사를 마친 후 게이트로 달려갔다. 어제 문자로 연락을 주고 받은 친구와 게이트 장 앞에서 만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만난 친구는 회사에 다니는 20대 후반의 차분하고 단아해보이는 처자였다.

잠시 앉아 여행에 대해 이런 저런 얘기와 여행 정보를 나누는데, 방송에서 비행기 점검 때문에 탑승이 약 10분 정도 늦어 진다고 안내했다. 10분 정도이긴 했지만 살짝 불안해졌다. 첫날 일정의 스케줄을 기차시간에 맞추어 꼼꼼히 준비했기 때문에 잘못 늦어지면 시작부터 어그러지기 때문이다. 다행히 10분 좀 안 되어 탑승구는 열려 비행기로 들어갔다.

비행기는 역시 생각대로 작았다. 특이하게 비행기 안에 각국 소년소녀들의 스티커를 붙여 놓았다.정감은 가지만 마음에 와 닿지는 않았다.

손님들의 탑승이 거의 완료되고 시계는 어느 덧 8시 20분을 가리키고 있는데 비행기는 출발할 생각을 안했다. 그러면서 나온 불길한 방송. 손님 2명이 늦어져서 기다렸다 출발한다는 것이다. $$#▶♠◇◆⊙†」“’『¨ ~~~~

젠장!! 패키기 손님이 늦어지니 여행사 직원이 비행기를 잡은 것이다. 이게 무슨 경우인지! 버럭 ~~~ 그렇게 40분을 더 기다려서 들어온 것은 어처구니 없게도 대략 20~30대로 보이는 여자 두 명이었다. 나이 드신 분이 그러면 이해할 수도 있었겠지만, 나이도 젊은 사람들이 자그마치 40분이나 늦다니!! 버럭버럭~

그렇게 여행의 시작은 "일정의 어그러짐"이라는 불길함과 함께 왔다.



버킷 리스트 : 장관 구경하기

다시 없을 이 놈의 우여곡절로 인해 약 50분 정도 늦게 인천을 출발한 비행기 속에서 일정이 어그러진 것에 대한 불안감 반, 걱정반으로 조바심을 내고 있을 때, 비행기는 나의 마음과는 상관없이 쾌청한 날씨 속에 하늘을 달리고 달려 어느덧 돗토리 현 부근에 다가가고 있었다.

그때, 갑작스레 오른편 아래로 눈 덮힌 절경의 산과 산맥이 나를 맞이했다. 며칠 전 한반도에 폭설을 내렸던 눈구름이 이곳 일본에도 왔었나 보다. 운 나쁘게 날개 옆에 앉아서 그 매력을 모두 담을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몇 장 건져보았다.

비행기를 탔을 때 이렇게 우연찮게 만나는 놀라운 하늘과 땅의 풍경은 찰라여서 더 값진 거 같다.
영화 버킷리스트에 있지 않은가 "장관 구경하기".

비록 버킷리스트의 에드워드와 카터가 보려했던 에베레스트 산에는 미치치 못하지만, 산줄기와 마루에 그림을 그리듯 내려앉은 눈자욱은 그 자체만으로도 출발의 짜증을 충분히 날려줄만한 것이어서 더욱 반가웠다.



돗토리 공항의 비행 오타쿠들(?)

일본 대륙과의 기분 좋은 첫 만남이 지나고 떠났던 고향으로 돌아가 듯 비행기는 지구를 향해 몸을 조심스레 낮추었고 살짝의 흔들림과 함께 우리를 대지로 이끌었다. 안착한 비행기가 몸체를 비틀어 돗토리 공항 건물로 나아갔다.

참 작은 공항. 그것이 돗토리 공항의 첫 인상이었다. (이 인상은 돌아오는 날 재미있는 사건과 함께 다시 되새겨진다.) 이미 보라카이나 산토리니와 같은 섬의 작은 공항들을 본 터라 많이 놀라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참 작았다.

그리고 두둥!!그 작은 공항 꼭대기에는 드라마나 만화에서나 봤을 법한 풍경이 있었다.

카메라가 줌에는 젬병인지라 잘 안보이겠지만 파란색 실선 안 공항 지붕에는 전문 카메라 장비를 든 사람들이 꽤나 모여있었다. 처음에는 이게 뭐지 했는데, 곧바로 비행기 오타쿠라고 짐작했다.

실제 일본에는 꽤 많은 종류의 오타쿠가 있다. <월관의 살인>이라는 사사키 노리코 작화의 만화에서는 철도 오타쿠에 대해 꽤나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일본내에 존재하는 수많은 기차들의 사진이나 기념품(?)들을 수집하고, 다이어그램을 연구해 오로지 대기 시간을 줄여 기차를 타기 위해 여행을 하는 이 존경할만한 오타쿠들을 이 만화에서 간접적으로 만나봤기에 나는 이들을 오타쿠로 규정하기로 했다.

짐작컨데 이스타 항공의 경우 현재 오사카 정도만 취항하고 있고, 이번 돗토리의 경우에는 시험적인 전세기 방문이라 이곳 돗토리 공항에는 처음이자 마지막 방문이 될 수 있는 그런 아주 레어급 비행기였다. 당연히 돗토리에 있는 비행기 오타쿠라면 다시 없을 기회일 것이다. (사실이 아니어도 이렇게 믿고 싶다구!!)



돗토리 공항에서의 사소한 해프닝

비행 오타쿠와의 만남으로 불안감 따위는 이미 잊어버린 산뜻한 마음으로 출국장을 나올 때 재미있는 해프닝이 있었다.

출국장 문 바로 앞에 있던 세관 검사원들이 나와 택시 동행인인 친구를 붙잡더니 어설픈 영어로 이것 저것 묻기 시작했다. 얼마나 있을꺼냐 어디로 여행을 가냐 등등. 그러더니 잠시 짐을 봐도 되겠냐는 거다.

지금껏 꽤 많이 해외를 다녀봤지만 처음 겪는 이 상황에 살짝 재미있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했다. 허나 어쩌겠는가. 해서 오케이 했더니 슈트케이스를 열고 쓰윽 둘러보더니 다행히 바로 닫고선, 이번엔 내 손에 들려있는 물건이 뭐냐고 다시 물었다. 면세점 봉투에 패킹까지 되어 있는 물건이었기에 이건 뭘까 싶었지만 duty free item 이라고 외쳐주었더니 즐거운 여행하시란다.

재미있는 건 그가 이 모든 걸 절대 일본어를 쓰지 않고 어설픈 영어로 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것은 짐을 정리하여 자리를 뜨려고 옆을 보니, 다른 세관원이 그 친구의 가방을 거의 수색하다시피 하고 있었다. 비상약을 챙겨온 건 뭐냐고 묻는 것에서부터 짐들을 거의 꺼내다 등 구석 구석 뒤지다 속옷을 담은 파우치까지 열려고 했다. 당황한 그 친구가 속옷이라고 얘기했더니 머슥해하며 그제야 가라고 하는 것이다.

그렇게 겨우 출국장을 나와 일본 땅을 밟게 된 우리는 택시를 타고 오는 내내 그들의 왜 그랬는가에 대해 담론(?)을 나누었다. 지금 생각해도 그들의 행위는 참 미스터리 하다.



드디어 노리호다이 테가타 구입!! 이것이 진정한 여행의 시작

그렇게 이상한 세관원들에 대해 한참을 수다 떨다 보니 어느새 돗토리 기차역에 도착했다. 돗토리 기차역에서는 해야 할 첫번 째 일이 있었다. 바로 노리호다이 테가타 구입하기!!

혹시 모르는 분들을 위한 노리호다이 테가타 정보

돗토리역 기타구치안으로 들어가 바로 왼쪽, 역 안에서 보자면 내 미도리마도구치 맞은편에 자그만한 여행정보센터가 있다. 흔히 큰 도시에서 보는 여행정보센터로 착각하면 오산. 영어 안 통한다.ㅠ_ㅠ. 짧은 일본어로 노리호다이 테가타에 대해 물어봤더니 바로 여기서 살 수 있다고 한다.

동행했던 친구도 그런 게 있었냐며 사겠다고 하여 함께 돗토리 역에서 살 수 있는 디자인을 한참 골랐다.

위의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기본 호패 같은 디자인에 맨 밑에 날짜 영역에 유효기간을 도장으로 일일이 찍어준다. 그렇게 3일권을 1,800엔에 구입한 후 나의 첫 번째 여행지 쿠라요시로 떠나기 위해, 동행자와 서둘러 작별하고 기차표를 끊은 다음 플랫폼으로 올라갔다. 예상한 시간은 모두 어그러져 있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약 3분 후 출발하는 기차가 나를 기다리고 서 있었다.

첫날 밤 숙소는 요나고에 있었기 때문에 들고 간 슈트케이스를 낑낑대며 끌고 기차에 올랐다. 하루 종일 슈트케이스 끌고 다닐 일이 걱정이긴 했지만 홀로 기차에 앉아 따스한 햇볕을 쬐고 있자니 혼자 하는 이번 여행에 대한 기대와 함께 모든 것이 순조롭고 행복하기만 했다.

두근 두근, 심장이 뛰면서 내 몸 곳곳에 보내는 따스한 피를 느끼며 쿠라요시로 출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