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후반, 터키로 근무 차 나가 있는 친구를 만난다는 핑계로 다른 친구 한 명과 함께 터키, 그리스로 여행을 떠났다.
처음 만난 이슬람 문화권이나 오매불망 보고 싶던 그리스, 거기에 엄청난 에피소드들로 잊지 못할 여행이 되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내내 책을 붙들게 만든 미야베 미유키 일명 미미 여사를 만난 여행으로도 기억에 남았다.
친구집에서 뒹굴거리던 저녁에 책장에서 무심코 집은 <모방범>.
두께며 크기에서 압도적인 사이즈를 자랑하는 거기다 무려 3권짜리 책이었는데
1권을 읽자마자 그날 저녁의 다른 스케쥴은 그냥 거기서 끝나버렸다.
터키를 떠나는 마지막 날까지 겨우 1권을 완독할 수 있었고 나머지 책들을 너무 읽고 싶은 나머지
한국에서 새로운 책을 사서 보내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남은 두 권을 모두 트렁크에 담았다.
얼떨결에 이 독서 스케쥴(?)에 동참한 친구의 가방에는 1권이 담겼다.
그렇게 3권의 책을 고스란히 안고 그 유명한 산토리니 섬에 도착한 우리는
식사 시간과 그 앞 뒤의 1~2시간을 제외하고는 호텔 방에 틀어박혀 그녀의 세계에 빠져있었다.
무려 산토리니에서 말이다.
지금 생각하면 당연히 미쳤구나 싶지만, 그 당시에는 그 책이 그리도 재미있고 좋았다.
그녀의 책에는 그 이전에 보지못했던 색다름이 있었다.
다루는 소재 즉 사건은 너무 현실적이라 언제든 나에게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일이었고
전개 과정도 여지없이 사실적이며 냉혹하고 슬펐다.
하지만 등장하는 사람들에 대한 그녀의 묘사는 따뜻하다. 악인으로 나오는 이들도 사회에 의해 버려진 약자라는 측면을 품고 있다.
그리고 저 깊은 바닥에서도 인간다움에 대한 끈을 놓지않고 등장인물 하나하나를 보살피고
보듬어 안는 이상성이랄까 그런 마지막 빛을 내어준다.
이런 사회 속에서도 말이다.
각설하고 그녀의 새 책이 다시 한 권 나왔다.
첫 번째 사진의 <괴수전>이 그 주인공!!
븍스피어에서 내고 있는 에도 시리즈의 신작으로, 다음에서 원제인 <황신>으로 잠시 연재되기도 했던 작품이다.
이번 작품은 <피리술사>에 나왔던 괴수처럼 어마어마한 미지의 존재가 나온다고 한다.
아시다시피 괴수는 여러 가지 컨텍스트로 읽힐 수 있어 그 전개가 사뭇 기대된다.
여기서 에도 시리즈에 대해 살짝 짚고 넘어가면
두 번째 사진의 책장에 꽂혀 있는 책들로 북스피어라는 재기 넘치는 출판사에서 내고 있는 그녀의 시대물이다.
(공간 부족으로 2권은 다른 책꽃이에 있다는..ㅠ_ㅠ)
하나같이 재미있고 그래서 적어도 세 번씩은 읽었다.
개인적으로 에도 시리즈에 그녀의 그 따뜻함이 훨씬 잘 담겨져 있다고 생각해서 참으로 애정한다.
물론, 센스있게 예쁜 표지도 한 몫 한다는 점.
그나저나 늦어도 일요일이면 다 읽을텐데, 다음 책은 언제나 나오려나?
덧글.
첫 번째 사진의 다른 책은 마쓰모토 세이초의 시대물이다.
마쓰모토 세이초는 미야베 미유키가 가장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언급할 정도의 대작가로
근현대 일본에 사회파 미스테리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낸 그야말로 걸출한 인물이다.
그의 어마어마한 작품수와 그 치열함은 나중에 다른 글을 빌려 얘기할 기회가 있기를~
이 책에 대한 것은 아래 한 줄로 요약될 듯 하다.
“농민은 열심히 농사짓지 않고 조닌은 상업을 게을리 해서, 각자가 생업을 소홀히 하고 품행이 방탕했기 때문에
무숙인으로 추락했다고, 오로지 개인의 이유로만 치부했던 것입니다."
참으로 그 분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한번 더 덧글.
이놈의 yes24에서 북스피어에서 이벤트로 마련한 미니노트를 보내오지 않았다.
예전에도 이런 일이 한 번 있었는데 과연 보내줄런지
우선 1:1 문의를 넣어왔는데 해결이 됐으면 좋겠다.
이미 기존의 미니노트를 모두 모았기에 그들은 꼭 보내주어야 한다.
혹 안 된다고 하면 복면이라도 하고 1인 시위를 해야 하나도 싶지만
다행히 북스피어 마포 김사장님이 안 되면 어떻게 해주신다고 하셨으니 조용히 기다려보기로..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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