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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Asia!/2015_6_오사카_고야산

[고야산, 다시 만나기] 출발전. 독일주택에서 시작된 여행





그 시작에 독일주택이 있었으니...


고야산은 이번이 두 번째다.

처음은 바야흐로 2010년, 마지막 회사를 퇴사한 후 아직 1년이 채 되지 않았던 6월 말이었다. 지난 회사에서 친하게 지냈던 이안님의 첫 일본여행을 위해 그리고 홀로 돗토리 여행 후 달아오른 나의 여행열병을 잠재우기 위해 약 2주간의 오사카 도쿄 횡단 일정을 마련했고 그 여행의 시작점이 바로 고야산이었다. 전날 저녁 오사카 도착 후 무섭게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 간단히 난바 구경을 한 후 숙소에서 첫날 밤을 보냈고 다음 날 아직은 흐리지만 비는 그친 날씨에서 고야산을 방문했었다. (아래 사진은 모두 2010년에 촬영)



그때의 방문은 지금 생각해도 그야말로 최적기였다. 전날 무섭게 쏟아진 비 덕분에 높은 고도의 고야산은 그야말로 쾌적했고 무엇보다 비를 만나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물의 나라로 변해있던 오쿠노인과 조우할 수 있었다.



나지막이 경사를 이루고 있는 오른편의 묘지에서는 경사로를 따라 총총거리며 작은 물길들이 흘렀고, 그렇게 촉촉히 젖은 나무들은 저마다 본래의 향기로 숲을 가득 채웠다. 세월을 말해 주듯 두터운 이끼를 이고 있는 오래된 묘비나 묘석은 잔뜩 빗물을 머금어 부드러운 벨벳처럼 촉촉했고, 순례자를 위해 만들어둔 포석을 제외한 모든 땅 위에 물이 차 있어 끊임없이 찰랑거리는 소리와 농밀한 공기로 공간마저 뒤틀린 느낌이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걸어가는 이안님의 빨간 부츠 만이 묘하게 현실감을 일깨웠다. “아! 이곳은 이계구나.” 그렇게 의도치 않게 다른 시공간을 잠시 경험하게 해주었던 영묘한 장소로 기억에 남았던 곳이다. (이후 이 이계 리스트는 꽤나 충실하게 업데이트 되었다는 점.)






그랬기에 오히려 그 이후 몇 번이나 오사카를 방문했음에도 다시 찾기 어려웠던 곳이었다. 그때의 감흥이 퇴색될 듯 하여.

하지만 다시 만날 시기가 맞춤 맞게 도래했던 것일까? 올해 1월 대학로 독일주택에서 예상 외의 만남이 있었다. 영국으로 가는 지인과 송별회를 겸해 만날 예정이었는데 갑작스레 이안님이 초대되었고, 간단히 식사를 한 후 간 카페 독일주택에서 그녀로부터 올해 고야산이 개창 1200주년이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던 것이다. 작년 늦가을에 고야산에 한번 더 다녀왔다는 소식과 함께 말이다. 순간 1200주년이 뭐가 색다를까 싶었지만 생각해보니 만약 100세까지 산다고 했을 때 100단위의 기념 주년을 생애 꽤나 건강한 시기에 만날 수 있는 건 참으로 귀한 것이구나 싶었다. 그래 올해 안에 한 번 가야겠구나, 그렇게 그때 이번 여행이 결정되었다.





언제 갈까? 어디서 머물까?


이번 고야산은 사실 가을에 가고 싶었다. 이른 봄에 다른 여행이 한 번 있었고 올해 5월은 시기적으로 어버이날과 어머님 생신이 멀리 떨어져 있어 여행을 갈 수 없다 보니, 어차피 1200주년 행사 기간에는 방문이 불가능했기에 가을로 내심 생각하고 있었는데, 사용하려고 했던 보너스 항공권의 마지막 일정 유효기간이 9월 중순이라 (10월이라 생각했던 나의 착각이여!) 우연찮게 다시 한번 6월로 여행날짜가 잡혔다. “좋은 인연이 아니겠나?!”라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날짜를 확정한 후 LLC의 리턴 티켓을 수배했다.

늘 그렇듯 국내 LLC 리턴 시간은 너무 일찍이라 이번을 기회로 피치항공에 도전해보았다. 요금은 국내 LLC와 비슷하게 피치플러스 요금으로 113,000원대에 시간은 저녁 18시 30분으로 적당하게 구한 듯.




숙소는 전 일정 3박 중 하루를 고야산 절의 슈쿠보로 대신할 예정이라, 원하는 곳이 가능한 날짜를 먼저 잡고 나머지를 오사카 숙소로 배분하다 보니 오사카/고야산/오사카의 순서가 되고 말았다. 짐 풀고 싸기 귀찮은데 말이다. 그래도 출/도착일에 2시간씩 추가로 이동하는 것은 더운 날씨에 부담이 큰지라 그럭저럭 만족스런 구성이었다고 생각한다.

★ 슈쿠보란?
우리나라의 템플스테이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절에서 하루 지내면서 원하는 데로 시간을 보내거나 제공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다만 슈쿠보는 대부분 예전부터 있던 오래된 절의 건물을 그대로 활용하다 보니 전통 다다미 객실을 숙방으로 제공하며, 화장실은 공용, 거기에 대욕장을 보유하고 있다. 가장 특이한 점은 마치 료칸처럼 가이세키풍의 정진요리를 아침과 저녁에 제공한다는 것이다. 꽤나 훌륭한 음식을 아침과 저녁에 제공하다 보니 숙방비가 저렴한 편은 아니나 여러 모로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어 가격대비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한다.





고야산 숙소는 일정 내 가장 평가가 좋았던 지묘인으로 결정! 가격도 10,000엔으로 합리적인 편이었고 평가가 거의 5점에 가까웠다. 약 3천엔 정도 더 내고 개인 화장실이 달려있는 곳으로 갈까도 고민했지만 숙박일이 하루니 아끼고 참기로 했다.

。지묘인: http://www.jalan.net/yad358278/?contHideFlg=1




오사카 숙소는 공항 이동이나 고야산 이동에 모두 난카이선을 이용해야 하므로 난카이 난바역에 가까운 호텔을 최우선으로 두었다. 2년 전 묵었던 스위소텔이 정말 간절했으나 1인 객실이 따로 없어 역시나 비용이 어마어마했다. 결국 일 쿠오레 난바와 리치몬드 호텔 중에서 고민하다가 중국인이 조금 더 적지 않을 까 해서 리치몬드 호텔로 결정했다. 물론 비용도 더 저렴했고.

。리치몬드 호텔 난바 다이고쿠쵸: http://www.jalan.net/yad322856/?contHideFlg=1





교통 패스는 언제나 결정 장애!!


간사이 지방 여행을 할 때 마다 느끼지만 여행객이 많아서인지 이쪽 지역에는 정말 수없이 많은 관광객용 패스가 있다. 가격도 용도도 천차만별이기에 방문하는 코스나 날짜 등을 잘 고려해 선택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속에 이번에도 무수한 결정 장애를 겪어야 했다.

그래도 고야산 일정 때문에 큰 틀은 결정되어 있는 지라 (난카이 난바역이 모든 여행의 시작!) 공항 왕복은 난카이역 도착이 가능하고 좌석도 편한 라피트 이용, 고야산은 무언가 패스를 구매해 커버, 요렇게 두 가지로 방향을 잡고 패스 검색에 들어갔다.

라피트 이용은 요코소 오사카 티켓도 있고, 피치 항공 내부에서 저렴하게 판매하는 티켓도 있지만 왕복 이용이라면 무엇보다 라피트 왕복권 구매가 저렴했다. 최근 각종 소셜커머스나 쇼핑몰 특가 코너에 자주 등장하며, 쿠폰 등도 사용할 수 있어 난카이선 일반 열차 왕복 비용보다도 저렴하게 구매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이번에 본인은 쇼킹*에서 쿠폰/마일리지/포인트 등을 써서 12,500원에 구매했다. (원래 가격은 2,000엔).

。라피트 왕복권 안내: http://www.howto-osaka.com/kr/ticket/ticket/nambaRT.html




고야산은 일반적으로는 간사이 쓰루 패스를 구매해서 많이들 다녀온다. 이 경우 당일치기는 효용이 높지만 나와 같이 1박 2일 일정인 경우에는 솔직히 손해라고 할 수 있다. 이때 좋은 게 바로 고야산 세계유산깃뿌이다. 2일간 유효한 티켓으로 고야산 왕복 기차표 + 고야산 버스 이용 2일 자유승차권 + 각종 특전 (배관비 및 토산물 할인)이 포함되어 있다. 특급 열차 고야의 경우에는 특급권을 별도로 구매해야 탈 수 있다. 그야말로 내 일정에 안성맞춤이었다. 다만 사전 구매는 안 되고 현지 난카이 역 창구에서 날짜를 지정해 구매할 수 있다. 난바역 왕복으로 할 경우 요금은 2,860엔이다. 간사이 쓰루패스의 국내 할인가와 비교해도 1,000엔 정도 저렴하다.

。고야산 세계유산깃뿌 안내: http://www.howto-osaka.com/kr/ticket/ticket/koyasan.html




그 외 할 일, 갈 곳 정리하기!


거의 14개월 만에 홀로 일본 방문인지라 오랜만에 쇼핑도 좀 하고 싶고, 오사카의 숨겨진 장소들도 가보고 싶어서 검색을 통해 몇 가지 리스트를 만들었다.

1) 쇼핑 플레이스와 아이템

쇼핑 플레이스는 이번에 크게 3곳이었다. 신사이바시의 도큐핸즈, 난카이 난바역 근처의 무지 그리고 드럭스토어.

드럭스토어는 일본 여행마다 들리는 곳으로 돌아다니다 저렴한 곳에서 필요한 물품들을 구매할 예정이라, 기존에 싸게 샀던 곳들의 위치를 한번 더 확인하는 정도에서 마무리 했다. 주요 구매 예정 물품은 늘 열 개씩 정도는 사는 동전파스에 추가로 샤론파스 한 개, 최근 자주 다치는 엄마를 위해 사카무케아 연고, 벌레 물린데 붙이는 호빵맨 무히패치, 미세먼지 마스크, 열날 때 이마에 붙이는 히에히에시트 마지막으로 늘 사보고 싶었던 곤약젤리 등이다.

무지에서는 이번에 꼭 살게 있었다. 바로 50ml 사이즈의 거품용기. 여행 다닐 때 꼭 필요한데 국내에서는 무지 외에는 찾기가 너무 힘들다. 무지에서 판매하는 걸 온라인 쇼핑몰에서 확인했던 차라 이번에 가는 김에 좀더 저렴하게 사와야겠다 라고 마음을 먹었다. (국내에서는 4500원, 현지에서는 315엔(현재 환율로 2800원))

。무지 거품 용기: http://www.mujikorea.net/display/showDisplay.lecs?goodsNo=MJ00070194&displayNo=MJ1A07A06A10

끝으로 도큐핸즈에서는 오래 간만에 가방 같은 잡화와 입욕제 그리고 여러 가지 리프레시 되는 아이템들을 구경할 예정이다.
왠지 도큐핸즈만 제대로 돌아도 시간이 꽤 걸릴 거 같다.

혹시나 시간이 된다면 호리에 쪽을 돌아보면서 플라잉 타이거 코펜하겐이나 기타 소품, 잡화점 등을 방문하고 싶지만 아마 거의 어렵지 않을까 싶다. 요새 주로 휘적휘적 다니는 편이라 말이다.

2) 오사카의 숨겨진 장소(?)

오사카는 꽤 여러 번 왔지만 주로 근교의 소도시나 교토, 고베 등을 많이 다닌 편이라 난바, 우메다, 츠텐가쿠 그리고 오사카 성 정도를 다닌 게 전부다. 그 외에 그다지 가보고 싶은 곳도 없었다. 아무래도 대도시이다 보니 주로 번잡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도시에도 한적하고 운치 있는 곳은 있기 마련이라 찾아 보았더니 역시나 있었다.

현재 후보지는 두 군데!

1순위는 우메다 역 근처의 나카자키쵸. 공방이나 예스럽고 개성 있는 분위기의 카페나 숍들이 많다고 한다. 다만 주말 외에는 문 닫는 곳이 많다고 하여 도착한 날에만 방문할 수 있을 듯 하다.

다른 한 곳은 난바 근처의 가라호리. 2차세계대전 당시 유일하게 공습에서 살아남은 지역이라 오래되면서 운치 있는 장소라고 한다. 역에서 들어가는 입구에 독특한 공방단지(?)도 있다 하니 도착한 날 나카자키쵸를 가지 못할 경우 돌아오는 날 가라호리를 방문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날씨에 나의 Finger Cross를 보내며, 무사히 건강히 다녀올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