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영화?!

당연하다는 듯이 대학에 진학해 약간의 고뇌와 알콜과 함께 살던 내게, 처음으로 가슴을 두드리며 열정과 흥분이라는 것을 알게 해준 것은 바로 영화였었다..

때마침 불어온 예술영화 열풍과 함께 다양한 장르와 내용의 영화들을 접하는 행운도 있었거니와 주변에 영화 얘기만 나오면 침을 튀겨가며 날밤을 셀 수 있었던 사람들까지.. 이제야 영화 사랑을 키우기 시작한 순박한(?) 지방 학생에게 봐야할 영화는 정말 많았고 들어야할 얘기도 정말 많았다.

답답하다고 가지 않았던 도서관에 가서 개론서를 뒤지고 누벨바그니 네오리얼리즘이니 하는 인텔리 냄새 풍기는 단어들을 쓰게 만든것도 바로 다름아닌 영화였다.

그 때의 흥분과 열정상태에서 나는 당연히 배고픈 충무로의 영화인으로 살것이라는 다짐을 했었고 한때 촬영감독을 꿈꾸며 왠갖 물건들을 피사체 삼아 카메라를 들이데고 스스로의 능력을 검증하곤 했다.

하지만 졸업 전에 기웃거린 충무로에서 알게된 극악한 환경에 지레 고개를 내젓고 발길을 돌려 가게 된 곳이 바로 인터넷. 3년이 조금 넘는 시간을 인터넷 업체에서 사회를 경험하면서, 마치 추억을 주어 뱉듯 하는 말투에서 알 수 있듯이 이제 그런 모든 열정은 왠지 가슴속에서 사라져 뻥뚫린 구멍만 남겨졌다. 너무 휑한 구멍 하나만..

건강을 이유로 잠시 쉬게된 요즘 주체할 수 없이 늘어난 시간과 함께 생겨난 것은 건강이라기 보다는 감당할 수 없는 미래와 현재에 대한 고민이다.

열정, 흥분, 분주, 비상 이런 말과 함께 다시 한번 살고 싶다..는 막연한 희망!!

한때 내 인생에서 영화가 가졌던 그런 조건 없는 사랑을 다시 줄 수 있도록 내 머릿속 구석구석에 박혀있는 사회의 찌꺼기를 벗겨내고 다시 한번 내 인생의 영화를 가져보려고 한다..희망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상태에서는 부질없는 욕심이 되는 것!!

조금씩 희망을 희망이 되게 하기 위해 한걸음 한걸음을 내딛는 인내를 갖고 오늘도 화이팅!!